유니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내 이력을 아는 사람을 만나면 열에 아홉은 이 질문을 한다. 사업 초기부터 유니콘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어떻게 유니콘이 된 건지. 그때마다 나는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 처음부터 유니콘을 만들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큰 그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장 규모를 조사했고, 몇 년 뒤의 매출과 이익도 계산했다. 투자자에게는 왜 이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지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회사를 움직인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고객이 왜 가입하고도 쓰지 않는지, 어떤 고객은 왜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남아 있는지, 당장 다음 주까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밖에서 보면 성장한 회사의 시간은 직선처럼 보인다. 잠재력 있는 시장을 골랐고, 좋은 제품을 만들었으며, 적절한 시기에 투자를 받아 빠르게 커졌다는 식이다.
하지만 안에서 보낸 시간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맞는 선택보다 틀린 선택이 훨씬 더 많았다. 중요하다고 믿고 몇 달을 쏟아부은 기능을 고객은 쓰지 않았고, 별것 아니라고 여겼던 기능을 반복해서 사용했다. 그리고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릴 전략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아무런 성과가 없기도 했고, 임시방편으로 시작한 신사업에서 큰 기회를 찾기도 했다.
나중에는 그 시기를 제품과 시장이 맞기 시작한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때는 그런 이름조차 없었다.
당시에 한 일은 성공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기보다, 틀린 생각을 하나씩 버리는 일에 가까웠다. 고객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가 실패했고, 숫자만 들여다보다 중요한 맥락을 놓치기도 했다.
그래도 계속 물었다.
사람들은 왜 들어오는가.
왜 떠나는가.
왜 불평하면서도 다시 쓰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조금씩 달라질 때마다 제품도 바뀌었다. 가격도 바뀌었고, 처음에 생각했던 고객과 시장의 범위도 달라졌다.
성장이 시작됐을 때도 성공했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고객이 늘면 모든 것이 좋아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사람과 조직, 시스템과 인프라 문제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내부적으로는 위기를 맞았다.
새로운 고객이 들어올 때마다 예외가 생겼고, 그 예외를 처리하느라 기존 고객이 불편해졌다. 사람을 뽑으면 일이 빨라질 줄 알았지만, 새 사람이 늘수록 설명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어제까지는 몇 사람이 같은 방에서 이야기하면 끝나던 일이 여러 번의 회의와 문서를 거쳐야 했다.
성장은 문제를 없애지 않았다. 문제의 종류를 늘렸다.
어느 시점부터는 초기멤버의 헌신이 회사의 힘이면서 동시에 한계가 됐다. 대표에게 물어봐야만 결정되는 일, 오래 일한 사람의 기억에만 남아 있는 기준, 특정한 한 사람이 없으면 멈추는 업무가 늘어났다.
초기에는 그런 방식이 빠르게 느껴졌다. 규모가 커지자 같은 방식이 회사를 느리게 했다.
그때부터 일을 잘하는 것과 회사가 스스로 일하게 만드는 것이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직접 해결하는 편이 빠른 일을 다른 사람이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던 기준을 설명해야 했고, 몇 사람의 감으로 내리던 결정을 조직이 반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꿔야 했다.
제품을 바꾸는 것보다 사람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일이 훨씬 더 느리고 어려웠다.
투자도 밖에서 보는 모습과 안에서 느끼는 무게가 달랐다.
라운드가 끝난 날은 축하 인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는 더 높은 기대와 긴장이 시작됐다. 자본은 시간을 사줬고, 좋은 사람을 영입하게 했고, 시장을 더 빠르게 시험할 수 있게 했다.
동시에 틀린 가설은 더 큰 비용으로 만들기도 했다.
돈을 쓰면 고객을 데려올 수 있었다. 사람을 더 뽑으면 당장의 문제를 덮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고객이 왜 남는지, 조직이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까지 돈으로 해결할 수는 없었다.
돌이켜보면 운도 컸다.
고객의 행동이 바뀌는 시점과 기술이 준비되는 시점이 딱 맞았다. 몇 년 더 일찍 제품을 내놓았다면 시장을 설득하다 지쳤을지도 모른다. 혹은 몇 년 늦었다면 이미 다른 회사가 만들어 놓은 규칙 안에서 싸워야 했을 것이다. 먼저 준비해서 잡은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기회를 먼저 만든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왜 성장했는지 설명할 수 있다. 시장이 컸고, 제품이 좋았고, 팀이 뛰어났으며, 자본과 타이밍이 맞았다고 말할 수 있다. 모두 틀린 설명은 아니다.
그러나 모두 결과를 알고 난 뒤의 설명이기도 하다.
그 안에 있을 때 정답을 알고 움직이지 않았다. 틀렸다는 신호를 조금 더 빨리 알아차리고, 이미 내린 결정을 되돌리고, 어제까지 통하던 방식을 오늘 버리는 일을 반복했을 뿐이다.
어떤 결정이 회사를 바꿀지는 그 순간에는 알기 어려웠다. 다만 잘못된 결정을 오래 끌고 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공식을 말하기 어렵다. 그때 경험한 것은 한 번의 과감한 선택이 아니라 수많은 수정이었다.
아직도 선명한 장면이 하나 있다. 대표님과 차로 이동하던 한 시간 내내, 우리는 그날 막 배포된 앱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다음 업데이트에 무엇을 고칠지 이야기하느라.
그러니 유니콘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고 다시 묻는다면, 나는 여전히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잘 모르겠다고. 다만 매일 저렇게 고쳤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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