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마케팅 경험이 없다는 말은 대부분 정확하지 않다. 투자자에게 제품을 설명한 적이 있고, 고객에게 제안서를 보낸 적이 있고, 파트너에게 협업을 제안한 적이 있다면 이미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경험이 없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한 일을 마케팅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투자 유치는 사업이고 고객 미팅은 영업이고 파트너 섭외는 제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부 마케팅이다.
그렇다면 마케팅을 어떻게 시작하느냐는 질문은 잘못됐다. 이미 하고 있으니까.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마케팅을 어떻게 반복 가능하게 만드느냐.
마케팅 경험이 없다고 느끼는 건 대부분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0번의 고객 미팅에서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적어둔 적이 있는가. 어떤 설명에서 고객이 고개를 끄덕였는지, 어떤 단어에 반응했는지 메모한 적이 있는가. 대부분 그렇지 않다.
기록하지 않으면 매번 처음부터 시작한다. 10번째 미팅에서도 1번째 미팅과 똑같은 설명을 반복하고, 똑같은 질문을 받고, 똑같이 막힌다. 이건 경험이 쌓이지 않는 게 아니라 경험을 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가. 세 가지만 기록하면 된다.
첫째, 고객이 반복해서 한 질문. 모든 질문은 불안이다. 같은 질문이 세 번 나왔다면 그건 핵심 메시지에 넣어야 할 내용이다. 기존 시스템과 연동되나요라는 질문이 계속 나온다면 그건 고객의 가장 큰 불안이다. 그 불안을 해소하는 답변이 마케팅 메시지가 된다.
둘째, 고객이 실제로 쓴 단어. 당신이 업무 자동화라고 말할 때 고객은 반복 작업을 없앤다고 표현했다. 당신이 생산성 향상이라고 할 때 고객은 칼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효율적인보다 귀찮은 일을 줄여주는이 더 와닿는다면 후자를 써야 한다. 고객의 언어로 말해야 고객이 듣는다.
셋째, 계약이 성사된 순간. 어떤 설명 후에 분위기가 바뀌었는가. 어떤 대답 후에 "이거예요"라는 반응이 나왔는가. 그 순간을 재현하는 것이 마케팅이다. 그 순간을 기록하지 않으면 운으로 끝난다.
이 세 가지를 3개월만 기록해보라. 노트든 엑셀이든 상관없다. 매주 금요일 오후 한 시간만 투자해서 그주에 나눈 고객 대화를 복기하면 된다. 3개월 치 기록을 펼쳐보면 패턴이 보인다. 그럼 다음 고객을 만날 때 무엇을 말해야 할지 알게 된다.
많은 창업자가 마케팅 예산이 없다고 말한다. 광고를 집행할 돈도 마케팅 대행사를 쓸 여력도 없다고. 하지만 예산이 필요 없는 마케팅이 있다.
기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제품 어떠세요라고 묻는 것. 제품을 쓰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는 것. 고객이 보낸 감사 메시지를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 매주 하나씩 배운 점을 블로그에 쓰는 것.
예산은 핑계다. 진짜 문제는 뭘 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이다. 하지만 답은 간단하다. 오늘 한 일 중 고객과 관련된 것 하나를 기록하고 공유하면 된다. 그게 마케팅이다.
초기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완벽한 마케팅 메시지를 만들려고 시간을 쓰는 것이다. 한 달 동안 홈페이지 카피를 다듬고 두 달 동안 브랜딩을 고민한다. 그사이 경쟁사는 불완전한 메시지로 100명의 고객을 만난다.
마케팅은 완성이 아니라 반복이다. 오늘의 메시지로 10명을 만나고 그들의 반응으로 내일의 메시지를 만든다. 한 달 후면 처음과 완전히 다른 메시지가 된다. 그게 맞다.
완벽한 메시지를 찾으려는 욕구는 확신을 얻고 싶다는 욕구다. 하지만 확신은 고객의 반응에서 온다. 메시지의 완성도에서 오지 않는다. 불완전해도 시작하고, 고객의 반응을 보고, 다시 고치면 된다.
천 명에게 말하려 하지 말고 한 명에게 제대로 말해보라. 그 한 명이 이해하고 공감하고 필요성을 느끼게 만드는 것. 그 과정에서 어떤 단어가 먹혔는지, 어떤 예시가 효과적이었는지, 어떤 순서로 설명했을 때 고개를 끄덕였는지 관찰하는 것.
한 명을 완전히 이해하면 열 명을 이해할 수 있다. 열 명을 이해하면 백 명에게 말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판단 기준을 갖게 된다. 어떤 채널을 쓸지,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어떤 고객에게 집중할지.
마케팅 경험이 없다는 건 문제가 아니다. 이미 고객과 대화하고 있다. 다만 그 대화를 기록하지 않았을 뿐이다. 고객이 한 질문을 기록하라. 고객이 쓴 단어를 기록하라. 계약이 성사된 순간을 기록하라. 그 기록이 다음 고객에게 가는 메시지가 된다.
마케팅은 대화의 반복이다. 한 명과 제대로 대화하고 그걸 기록하면 된다. 그게 쌓이면 판단 기준이 생긴다. 그 기준으로 다음 고객을 만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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