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은 언제, 어떻게 채용해야 할까요?
C레벨(임원) 채용은 HR 주제처럼 보이기 쉽다. 그래서 역할/권한/역량 같은 JD 작성부터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 JD만으로 대표가 실제로 막히는 지점을 설명하기 어렵다.
대표가 임원을 뽑는 순간 바뀌는 건 인력만이 아니다. 결정이 내려가고 책임이 귀속되는 방식이 바뀌며, 갈등이 정리되는 방법도 달라진다. 그래서 C레벨 채용은 좋은 사람을 찾는 문제라기보다 대표가 무엇을 내려놓을 수 있는가의 문제에 더 가깝다.
대표는 일을 덜고 싶어서 임원을 찾지만, 결정의 무게는 여전히 손에 남아 있다. 그러면 임원은 일을 하러 왔다가, 매번 결정 앞에서 멈칫하게 된다. 속도는 잠깐 오르다가 다시 내려간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별로였다, 안맞았다"는 말이 남지만, 실제 원인은 사람보다 구조일 때가 많다.
그래서 "언제 채용하나"를 묻기 전에 회사가 바쁜지 아닌지가 아니라, 중요한 결정이 어디에서 멈추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결정이 계속 대표에게 되돌아오고, 부서 간 충돌이 반복되고, 예외 처리가 일상이 되면 사람을 더 뽑아도 효과가 크지 않다. 이때부터는 역할을 늘리는 것보다 결정의 경계를 다시 그어야 한다. 그 경계를 그을 사람이 필요해진다. 그 사람이 C레벨일 수 있다.
"어떻게 채용하나"도 면접 기법보다 대표가 임원을 뽑기 전에, 아래 질문에는 적어도 문장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내가 이 사람에게 완전히 넘길 결정은 무엇인가. 많이 맡긴다가 아니라 결정의 이름이 있어야 한다.
둘째, 이 사람이 책임질 성과는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가. 범위가 없으면 책임도 흐려진다.
셋째, 책임을 주려면 같이 넘겨야 할 권한과 자원은 무엇인가. 권한 없는 임원은 해결사가 아니라 조정자가 되기 쉽다.
넷째, 내가 끝까지 쥘 결정은 무엇이며 그 이유가 회사의 원칙인지, 내 불안인지 구분했는가. 이 구분이 흐리면 다시 대표에게 쏠린다.
다섯째, 의견이 갈릴 때 우리는 무엇으로 결론을 내리는가. 사람의 힘으로 끝낼지, 기준으로 끝낼지, 최종 판단자가 누구인지가 합의되어 있는가.
여섯째, 합류 후 30일과 90일에 무엇이 달라져 있으면 이 사람이 맞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열심히가 아니라 관찰 가능한 변화여야 한다.
이 질문들에 답하지 못한다면, 아직 채용의 문제가 아니라 정리의 문제일 수 있다. 원하는 것과 가능한 것은 다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원을 모시면, 대표는 내려놓지 못한 채 책임을 나누려 하고, 임원은 책임을 지되 결정을 못 내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피로만 쌓이고, 관계도 빨리 닳는다.
C레벨 채용은 채용 프로세스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대표가 결정의 경계와 책임의 범위를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 때 시작된다. 그 문장이 없다면, 지금 필요한 건 임원이 아니라 대표의 일을 쪼개고 기준을 세우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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